잉여스런 나날 버벅버벅

하루하루 똥만드는 기계의 일기...

어제는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만든다는 전어구이를 먹었다.
어머니께서 전어를 열 두어 마리 구어 주셨다.
전어가 작아서 전체 양은 부모님과 내가 먹을 만큼의 양이었다.

우리집은 아버지가 무척 엄하셔서
아버지와 함께 하는 식탁은 그야말로 헬게이트
어릴 적부터 이것 저것 잔소리 잔소리 괴로운 식사시간이었다.
덕분에 얻은 스킬은 빛보다 빠른 마하의 속도로 밥마시기 ㅋㅋㅋ
여튼 아버진 깨작거리며 느리적거리고 먹는 것도 반찬 가리는 것도 싫어하셔서
조금이라도 그런 기미가 보이면 싫은 소리를 마구 하신다.

어제 나온 전어구이도 아버지께서 할당량을 정하고 오늘 그 자리서 다 먹어치워야 한다고 엄명하셨다.
후.. 그 압박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난 생선이 별로다.
생선맛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도 싫어하는 이유는
가시가 목에 잘 걸려서 하나하나 발라내다 보면 어느새 한 시간은 훌쩍 넘기 때문이다.
시간 오래 걸려봤자 혼나기만 하고 혼나면서 까지 열과 성을 다해 생선을 먹어봤자 경이롭게 맛있지도 않다.

전어구이는 전어회처럼 뼈째 씹어먹는다. 머리까지 통째로 먹어야 된다.
몸통만 먹었는데 큰 뼈도 그렇지만 잔가시가 많아 불안한 마음을 누르며 정성을 다해 씹어먹었다.
다른 걸 먹을 땐 후루룩 마시듯 먹지만 이번엔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시간을 들였다.
겨우 할당량인 3마리째를 거의 다  먹었을 때, 
'겨우 다 먹었네 안심이다 이제 좋아하는 반찬 좀 먹어야지'
하는 그 순간 큭... 저질렀다.
가시가 목에 걸린 것이다.
헐...
밥도 별로 안 먹고 오로지 생선에만 집중했는데... 이런 낭패가.. 이런 실수를...
여튼 밥이고 뭐고 굉장히 기분이 꿀꿀했다.
내가 왜 좋아하지도 않는 걸 억지로 정성껏 먹고 이런 봉변을 당해야 되나.. 억울할 따름이었다.
열심히 구어주신 어머니껜 죄송했지만 더 이상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께선 안타까우셨는지 가시를 뽑아주시겠다고 하셨지만 보이지 않아 뽑을 수가 없었다.

자려고 누웠는데 정자세로 누우니 아팠다.
왼쪽 뒷쪽에 박힌 것 같은데 목이 눌리면서 아픈 것 같았다.
밤엔 잠이 잘 안 와서 뒤척 거렸고
목을 돌리거나 침을 삼키거나 잘못 눕거나 할 때 따가웠다.

결국 오늘 아침 단골 이비인후과를 가서 뽑았다.
의사말로는 너무 깊이 박혀 있어 마취를 해야되는데 내가 토를 잘 안 해서 그냥 뽑았다고 했다.
나는 나의 혀를 붙잡았고 그 아저씬 내시경과 겸자를 들고 몇 분 뒤적거리더니 금세 쑥 뽑았다.
가시 뽑는게 괴로운 과정인데 생각보다 빨리 뽑혔는지 아저씨가 몹시 기뻐했다.
뽑고나서 보니 다들 깜짝 놀랐다.
목구멍 깊숙이에 박혀있던 가시는 2센치 정도 두께는 0.3~4미리였다.
생긴걸로는 아가미 뼈인듯 하다.

어떻게 그런게 거기에...
원인은 나의 방심이었겠지만
그래도 뽑히고나니 나도 아저씨도 싱글벙글 ㅋㅋㅋ
왠지 기분이 좋아지길래 나에게 주는 상으로 점심은 3천5백원짜리 빅맥셋트를 먹었다.
메가맥이나 기가맥이 간절했지만 그래도 빅맥이 어디야ㅋㅋㅋ

휴.. 언제나 사고는 방심한 찰나의 순간을 귀신처럼 알고 파고든다.
다음부턴 생선구이나 생선찌게같은 건 먹지 말아야겠다. 위험은 처음부터 피해야지...
혹시 먹더라도 조금만 먹어야지..
생선회처럼 살만 있거나 아나고나 전어회 밴댕이회처럼 세꼬시스러운 것들은 잘도 먹는데
생선구이는 정말이지 쥐약이다.
천공생기고 염증 퍼져 결국엔 사망한 사례가 생각나 어젯밤 좀 떨었는데 ㅋㅋㅋ
여튼 다행이다.
아직까지 찔렸던 자리가 깔깔하긴한데 내일쯤이면 낫겠지...


짤방은 내가 좋아하는 회이크.. 나두 이런 걸로 생일파티하고 싶다. 핡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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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운향목 2009/09/25 17:28 # 답글

    회..회이크다! (어?)
  • 멍미 2009/09/26 01:41 #

    네! 회이큽니다ㅋ
  • 멍멍이골드 2009/11/28 09:34 # 답글

    어릴적에 생선을 많이 먹어서 생선별로 가시 다루는 스킬이 매우 발달해 있어서
    자주 먹곤 했는데 으 이제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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